• 최종편집 2024-03-28(목)
 
축산농가가 가축분 퇴비를 반출할 때 부숙도 검사를 의무화하는 법 시행이 목전에 닥쳤지만 일선 현장에선 제반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축사부지 내 퇴비를 부숙할 추가적인 공간 확충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퇴비사 증축 등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는 그대로 둔 채 제도를 강행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2일 예산군에 따르면 축산농가가 부숙도 검사를 통해 기준을 충족한 분뇨만 퇴비로 반출할 수 있도록 한 가축분뇨법이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퇴비 부숙도 의무화는 가축분뇨를 위탁처리하지 않고 자가처리하는 농가에 적용되며, 관내 1700여 축산농가 중 1176곳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숙 기준은 축사가 1500㎡ 이상인 농가는 부숙후기 또는 부숙완료 상태여야 하며, 1500㎡ 미만인 농가는 부숙중기 이상이어야 한다.

부숙도 검사횟수는 신고규모(소 100, 돼지 500, 닭 200㎡ 이상)의 경우 연 1회, 허가규모(소 900, 돼지 1000, 닭 3000㎡ 이상)는 6개월에 1번씩 연 2회 농업기술센터 분석실에서 측정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단계별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농경지로 반출하는 퇴비가 부숙도 기준을 위반하면 최대 200만원을, 퇴비 부숙도 검사결과를 3년간 보관하지 않거나, 퇴비 관리대장 미작성·미보관시에도 각각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마땅한 대비책을 찾지 못한 일선 축산현장에선 제도 시행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퇴비 부숙과 관련된 작업 매뉴얼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분석기관에 검사를 의뢰하기 전 농가가 우선적으로 퇴비 부숙정도를 가늠하는 육안판별법이란 용어도 낯설다.

축사마다 가축분을 오래도록 보관하며 부숙할 만한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퇴비사 규모로는 매일 나오는 가축분을 적치하면서 연 1~2회 부숙도 검사시점을 반출시점으로 맞춰 퇴비더미를 쌓아두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공통된 목소리다.

퇴비사 증축이 유일한 해결방안으로 꼽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퇴비 부숙을 위한 추가적인 여유공간이 불가피하지만 적지 않은 농가가 건폐율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통해 관내 적지 않은 농가가 건폐율을 초과한 축사시설을 자진 철거했던 사례를 비쳐보면, 추가적인 시설 증축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퇴비사에 국한한 건폐율 적용 제외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축사육거리제한 규정은 퇴비사 증축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제약이다. 관내 축사시설 상당수가 민가와의 이격거리를 따지기 이전에 설치된 것들인데, 민가와 인접한 축산농가들은 현 시점에선 가축사육거리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돼 부숙도 문제를 퇴비사 증축으로 풀 수도 없는 지경이다.

지역의 한 축산농가는 “장기간 부숙할 퇴비사 공간이 충분해야 하는데 퇴비사를 증축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도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며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 등 환경문제가 심각한 만큼 실질적인 개선이 될 수 있도록 퇴비사 증축 등 필요한 부분에 한해선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은 이달 중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퇴비만들기 현장시연, 육안판별법 등 관련 교육을 통해 퇴비부숙 매뉴얼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가축분뇨 자가처리 농가는 3월 28일 이후부터 농업기술센터에 시료를 의뢰해 부숙도 검사를 통과한 퇴비에 한해 농경지로 반출할 수 있다”며 “부숙도 기준에 맞는 퇴비만들기 요령 등을 농가에 교육해 제도 시행에서 발생될 혼선을 최소화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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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퇴비 부숙 의무화’ 축산농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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